26/08/2026
〈사계〉를 들으며 지금의 민주당을 생각한다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는 단순히 계절을 노래한 곡이 아니다.
봄이 오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와도 노동자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계절은 변하는데 미싱은 계속 돌아간다.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지금의 민주당을 생각한다.
민주당은 이제 당원주권과 1인 1표를 중요한 민주적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2026년 민주당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하는 1인 1표제를 시행했다.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1인 1표가 곧 민주주의의 완성은 아니다.
김대중의 정치는 단순히 표를 많이 얻는 정치가 아니었다.
당원과 국민의 뜻을 위에서 아래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모으는 정치, 그리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도 대화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과거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대중 시대를 평가하며 “당원과 국민의 뜻을 상향식으로 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 민주당에 묻고 싶다.
당원에게 한 표를 주었는가?
그렇다면 그 한 표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가?
당대표를 비판해도 되는가.
지도부와 다른 의견을 내도 되는가.
계파에 줄을 서지 않아도 공천과 정치적 기회를 공정하게 얻을 수 있는가.
당원주권이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특정 지도자나 계파에 대한 충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질문에 민주당이 답해야 한다.
당원주권이 계파주권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1인 1표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진짜 민주주의는 내가 지지하는 사람의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반대하는 사람의 말도 들을 수 있을 때 시작된다.
김대중의 민주주의가 오늘의 민주당에 주는 교훈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의 주인은 지도자가 아니다.
정당의 주인은 특정 계파도 아니다.
당원과 국민이다.
하지만 당원주권 역시 지도자를 무조건 지지하는 권리가 아니다.
비판할 권리, 질문할 권리, 다른 선택을 할 권리까지 포함해야 진짜 주권이다.
〈사계》에서 계절은 계속 변한다.
그러나 미싱은 계속 돌아간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당대표가 바뀌고, 지도부가 바뀌고, 선거 방식이 바뀌어도 줄서기와 계파정치, 내부 비판을 불편해하는 문화가 그대로라면 민주주의의 계절은 바뀐 것이 아니다.
이제는 사람만 바꾸는 민주당이 아니라
정치문화를 바꾸는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
김대중이 꿈꾸었던 민주주의가 오늘의 당원주권으로 이어지려면, 당원은 거수기가 아니라 주인이어야 하고, 국회의원은 계파의 사람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여야 하며, 당대표는 당의 주인이 아니라 당원이 선택한 대표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원주권은 계파주권이 아니다.
민주당이 이 차이를 분명히 할 때 비로소 1인 1표는 제도를 넘어 민주주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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