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8/2026
📸 한 도시를 기록하는 가장 집요한 방법
『아카이브 서울 Vol.8』 기록생활백서 – 에드 루샤와 LA 아카이브
매일 지나던 거리의 풍경이 어느 날 사라진다면, 우리는 그곳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요?
미국의 개념미술가 에드 루샤(Ed Ruscha)는 1966년부터 LA의 거리를 특별한 방식으로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픽업트럭에 카메라를 싣고 일정한 속도로 달리며, 눈에 띄는 건물만 골라 찍는 것이 아니라 거리 위의 모든 건물을 빠짐없이 촬영했습니다.
같은 거리를 수십 년 동안 반복해서 촬영한 결과, 그의 아카이브에는 무려 50만 점에 이르는 기록이 남았습니다. 사진뿐 아니라 촬영 날짜와 도로명, 촬영 방향, 필름 정보 등을 기록한 수첩까지 함께 축적됐습니다.
그중에는 한때 LA 음악문화의 상징이었던 타워 레코드도 있습니다. 전성기의 모습부터 2006년 폐점, 그리고 2022년 건물 철거까지. 한 공간의 탄생과 소멸이 고스란히 사진 속에 남아 도시와 대중음악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록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2012년, 루샤의 방대한 아카이브는 게티연구소(Getty Research Institute)와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습니다.
게티연구소는 50만 장이 넘는 이미지 가운데 7만 장 이상의 네거티브 필름을 디지털화하고, 사진마다 GPS 좌표와 촬영 정보를 연결했습니다. 사진 속 간판과 표지판의 글자를 읽어내는 OCR 기술과 ‘자동차’, ‘광고’, ‘나무’, ‘랜드마크’ 등의 자동 태그도 더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12 Sunsets: Exploring Ed Ruscha’s Archive〉입니다.
이곳에서는 마치 자동차를 타고 LA 거리를 달리듯, 1965년부터 2007년까지 12개의 시점으로 같은 거리를 직접 탐색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촬영 날짜와 위치, 필름 릴 번호 같은 메타데이터도 확인할 수 있죠.
아카이브는 보존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기록을 다시 연결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고, 사람들이 직접 탐색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할 때 기록은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루샤가 처음 카메라를 들었을 때, 자신의 사진이 반세기 뒤 디지털 플랫폼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발견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요?
기록은 언제나 미래의 쓸모를 미리 알 수 없기에 남겨두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라진 공간을 다시 만나게 하고, 개인의 기억과 도시의 역사를 연결하는 것. 그것이 아카이브의 또 다른 힘입니다.
📖 『아카이브 서울 Vol.8』에서
〈개념미술가 에드 루샤와 LA 아카이브〉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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