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8/2020
2019년 개봉한 ‘경계선’이라는 제목의 스웨덴 영화가 있습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모습, 다른 감각을 가진 이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판타지 영화인데요,
남성과 여성의 경계,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의 경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 내부인과 외부인의 경계 등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이분법적 경계를 하나씩 짚어나가며
마침내 그러한 경계 짓기에 갇혀있던 우리의 눈을 새롭게 뜨이게 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장애인이나 성소수자처럼 우리 사회에서 정상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변두리에 놓여 있는 이들을 상징합니다.
선천적 뇌병변 장애인이자, 젠더퀴어 페미니스트인 일라이 클레어의 대표작 은 장애학, 퀴어학, 젠더학에서 어느덧 고전의 반열에 오른 저작으로,
이러한 경계선 바깥에 놓여 외면받는 이들을 위한 책이자, 그들의 삶의 방식이 세상에 내어놓는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책입니다.
장애와 퀴어, 젠더 문제에 접근하는 많은 학자들은
인류사회가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생물학적 결함과 불완전성을 부인하고자 ‘정상성’이라는 규범을 설정하고,
그 범주의 바깥에 놓인 존재들에 인간의 취약성을 전가함으로써 자기존재를 극대화하는 방어기제로 삼아왔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비정상으로 규정된 소수자들은 혐오와 배제의 대상이 되고, 타의에 의해 스스로의 몸을 벗어나 ‘망명’을 떠나는 존재들이 됩니다.
이들의 망명길은 ‘자긍심’, 다시 말해 자신들 안에 내면화된 정상성의 억압에 직접적으로 맞서고 자신의 몸을 온전히 되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중략) 다양한 층위의 비정상성을 상상하고 사유하며, 이 모든 것들이 서로 필연적으로 교차한다는 사실을 성찰할 때,
비로소 모든 억압으로부터 진정한 의미의 해방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클레어는 강조합니다.
클레어는 여기서 역설적으로, 소수자들이 지닌 비정상성이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합니다.
무수한 억압의 요인들이 얼기설기 쌓여 있는 소수자의 몸은 보다 다양한 쟁점들을 복합적으로 사유하게 하고,
이분법적 경계 안에 갇혀 있던 요소요소들의 결을 섬세하게 파고듦으로써 경계의 외연을 넓히고 다차원적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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