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2026
동아시아 국제연대의 장을 모색하며: 고마고메 다케시(駒込武) 교수와의 대담 후기
- 정치발전소 「동아시아 국제정치 대안모색 세미나」
정치발전소에서는 올해 초부터 「동아시아 국제정치 대안모색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동아시아의 민주주의 3국(한국, 일본, 대만)이 어떤 방식으로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세미나로, 여섯 번의 독서 모임으로 시작한 뒤 일본과 대만 측 인원들과 교류하며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간세이가쿠인대학교의 요코타 노부코 교수, 월간지 『지평』의 구마가이 신이치로 대표를 만났고 7월에는 도쿄대학에 유학하고 있는 대만인 학생 두 분과 ZOOM으로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4일, 세미나 구성원들과 함께 대만근대사를 연구하고 있는 교토대학의 고마고메 다케시 교수를 찾았다. 고마고메 교수의 연구실에서 진행된 교류회에는 교토대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 네 사람도 함께 자리해 이야기를 나눴다. 세 시간 넘게 진행된 세미나였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내용이 논의된 자리였다.
한국 사회는 대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편이지만, 한국과 대만은 많은 점에서 닮아 있는 국가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겪었고, 이후 긴 기간의 독재와 이를 극복한 민주화의 역사가 있는 국가다. 1992년 한중수교 이전까지 대만이 한국의 핵심 우방국 중 하나로 꼽혔던 데에는 이러한 원인도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한국인과 대만인은 서로 공명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 고마고메 교수는 대담의 서두부터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를 떠올렸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표결, 국회 앞에서 진행된 시위 현장을 대만의 ‘민간 진실과 화해 촉진회’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했다고 한다. 대만은 1949년부터 1987년까지 38년 동안 계엄이 선포되어 있었던 국가로, 대만인이 ‘계엄’이라는 말을 대하는 무게감은 일본인과는 분명 달랐다. 특히 이 단체는 계엄령 시기의 인권 탄압과 민간인 학살을 조사하는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날 민간 진실과 화해 촉진회는 “한국의 의사결정은 민주주의 제도의 강함을 시험하는 것을 넘어, 민주화의 파도를 경험하고 있는 다른 국가에도 중요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적었다.
통일과 분단이라는 문제 역시 대만과 한국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다. 대만의 공식 국호는 ‘중화민국(中華民國)’으로, 이는 국가의 정체성을 중국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중화민국 자체가 1912년 중국에서 만들어졌다가 1949년 내전에서 패배하며 타이완섬으로 넘어온 것이기 때문에, 중화민국의 지향점은 언제나 중국 대륙에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압도적인 인구와 면적의 차이, 또 이제는 중국이 역전해버린 경제력의 문제를 고려하면 대만인이 받아들이는 통일의 의미는 한국인이 받아들이는 통일의 의미와는 또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단이라는 현실 자체가 갖는 무게감은 한국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만난 대만인 유학생들 역시 각자 분단과 통일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박사과정 학생 장링화(張伶華)는 한국의 분단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고, 특히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한국 청년들의 통일 인식과 다르다는 점에 놀랐다고 전했다. 대만의 경우 통일과 분단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해외 거주 화교들의 입장인 만큼, 그 역시 자연스럽게 해외 거주 한국계의 입장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으로 보였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통일보다는 ‘현상 유지’를 원하는 입장이 늘어난 것도 한국과 유사했다. 박사과정 학생 장차이웨이(張彩薇)는 중국과 대만의 정치적인 상황이 다른 만큼, 이 다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역시 박사과정 학생인 천신종(陳信仲)은 청년들 사이에서 통일에 반대하는 여론이 90% 이상일 것이라는 분위기를 전했다. 고마고메 교수는 현재 대만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이들은 주로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인들로, 이들 역시 중국과 완전한 통일을 원하기보다는 강경한 독립 주장으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수준일 것이라 말했다.
다만 통일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국인이라는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한국의 청년 세대와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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